대학교에서 과대표(이하 과대)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0. 과대의 역할과 장단점
일반적으로 과대(과대표, 총대)는 한 학과 혹은 학부의 한 학년을 책임지는 중간다리 역할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즉, 4년제 대학이라면 1, 2, 3, 4학년 각각 과대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학교에 따라, 또 학과에 따라 같은 학년끼리만 가는 동기 MT(학년 MT)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도 있고, 간단한 공지사항 전달부터 행사 도우미, 문서작업, 회의 참여 등등 학과마다 과대의 업무 범위는 매우 다양해집니다. 어떤 곳에서는 2, 3, 4학년 과대는 학생회에서만 선출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과대의 업무범위가 교수의 연구보조까지 들어가기도 하는 등 직책의 무게와 길이는 다양해집니다.
과대하면 좋은 점?
과대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나 저학년일 수록 학교, 그리고 학과에 기여하는 직책을 맡아볼 수 있다는 점.
윗사람(교수님, 학생회 등)들과 재학생들 사이에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내가 총대를 메볼 수 있다는 점.
학부생 수준에서 마냥 쉽게는 경험해볼 수 없는 실무나 작업들을 기회에 따라 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학과에 더욱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 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향후 학생회나 학과 자치기구 등에 관심이 있다면 총대를 하며 역량을 인정받는 것도 좋은 경력이 될 것입니다.(장기적인 관점에서)
+ 일부 학교/학과에서는 총대를 하면 장학금(30~80만 원)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과대하면 안 좋은 점?
많은 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타)나 캠퍼스 픽등에서 학생회나 과대를 하면서 고민하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얼마나 바쁜가?'입니다. 일이 고되고 힘들면 그게 곧 학업이나 나의 라이프에 지장이 가게 되고 그러면 학점에 타격이 있거나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힐까 봐 이런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면 이론상 '일부'는 맞습니다.
당연히 학업공부와 파트타임 근무를 할 시간 외에 내 시간을 할애해서 총대 업무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그릇(역량)과 멘탈에 따라 학점에 영향이 갈 수도 있고,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앞서 장점에서 언급한 향후 학생회나 다른 직책 출마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도, 오히려 과대 업무를 하면서 이미지가 안 좋아지거나 동기들에게 불신을 사는 경우도 꽤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과대의 단점은 결국 지극히 '사바사'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동기들이 행사에 참여를 안해 혼자 뻘뻘거리며 참여를 독려하거나, 동기들이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쳤을 때 싸 잡혀서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리더의 역할을 하다 보면 당연히 감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알고는 있으면 여러분들이 총대를 '할지 말 지'에는 도움이 되는 정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과대 추천하시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YES인데, 한가지 전제를 두고 싶어요.
"아 과대하면 학점 떨어지는 거 아냐?", "책임지기는 싫은데...", "욕먹으면 억울할 것 같은데"
"과대? 뭔가 있어보이는데 해보고 싶다." "나중에 이력서 한 줄 쓸 스펙으로 괜찮을 것 같은데?"같은 생각으로 과대를 하고 싶다면 그냥 그 시간에 학점 관리 더 하고 자격증 취득하는 것 추천.
왜냐면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감투를 쓰려고 한 사람들 중에서 좋은 이미지로 남거나 훌륭한 역량을 가졌었다고 평가받는 사람을 본 경우가 극히 드물어요. 보통 해당 이미지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실수가 있더라도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친절하고 잘 웃으며, 구성원들의 잘못에 본인이 피해를 입거나 억울한 상황에 처해도 잘 버티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학점이 그렇게 중요하고 개인스펙이 중요하다는 것은, 결국 서류상에 존재하는 숫자들과 몇가지 단어들에 Focus를 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하지만 과대뿐만아니라 동아리 회장이나 학생회장 등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한 감투보다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협업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테일을 챙기는 등 '감히 서류에서 간단하게 표기할 수 없는 여러 가지'를 배운다는 것입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개개인의 힘듦이 우선시되고 스펙을 위해 존재하는 감투일 뿐이라면, 과대뿐만 아니라 모든 대외활동과 대내 활동을 하지 말고 자격증 취득이나 학점관리하는 걸 추천해요.
과대(총대)를 하는데 아직 고민이 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고싶다면 아래 나의 회고를 꼭 읽어보길 바라겠습니다.
1. 첫 과대 선거 도전, 선거에서 처음으로 떨어지다
2016년 당시 신입생으로 입학했던 나는 카톡 공지방(신입생들에게 공지 전달을 위해 학생회에서 만들어주는 단톡방)에서 과대 후보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았다. 일반적으로 과대, 총대라고 불리는 이 직책명은 이제 막 입학한 나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초, 중, 고 12년동안 단 1년도 빠짐없이 반장, 회장, 부반장 등의 리더 역할을 맡아왔다. 그 덕에 자신감도 있었고, 감투에 대한 욕심이 있다기 보단 공부와는 별개로 반장이나 과대처럼 '일하는 자리와 직책'이 내 인생에 없으면 늘 무료함과 허탈함,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저런 책임감 있는 직책을 맡으며 희생할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강 후 비상총회(학과에서 일정 목적을 가지고 공지사항 전달 등을 위해 모이는 자리)에서 과대(총대) 선거에 출마했고 거창하게 내 소신과 포부를 밝혔다.
선거 결과는 낙선...첫 과대 선거에서 떨어졌다.
당시에 나 말고도 후보가 두 세명 정도 더 있었고 그 덕에 경선이 되었다. 60명 정도의 유권자가 있었고 50명 정도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약 7표 정도의 차이로 낙선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되어 대학생활의 설렘을 끌어안고 첫 뜀걸음을 준비하던 나에게 낙선이라는 결과는 쿨하게 결과를 승복하며 당선자에게 손뼉 치면서도, '꽤'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들 그렇듯 첫 실패의 기억은 조금 더 오래간다고 하지 않는가. 입시도, 선거도, 취업도, 승진도... 앞으로도 언젠간 겪을 감정이다.
결과에 승복하고 패배 이유를 복기한다는 것
복기(復棋)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
누군가는 "야~ 고작 그깟 과대선거 하나 떨어졌다고 세상 안 무너져~"라고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도전이라는 것을 해보았을 때. 특히나 살면서 어떤 직책에 도전했을 때 실패해본 경험은 처음이라 꽤나 쓰라린 생채기가 내 마음에 생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삐져서 학과 활동을 안 할 것도 아니고, 나를 안 뽑은 동기들을 미워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다. 하루 정도는 운동으로 약간의 스트레스와 실망감,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냈다.
그리고 나는 왜 낙선했을까?에 대해 스스로 고찰하기도 하고, 주위 선배와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알게된 것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 입학 후 내 첫인상이 너무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였다 ->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기엔 소통이 잘 안 될 것 같은 이미지로 보였을 것이다. (서로 잘 모르는 학기초이기에 더더욱) 큰 키에 당시 까무잡잡했던 피부, 약간 찢어진 눈과 눈 옆 두 개의 점, 검은 머리, 미니멀하고 무채색 옷을 많이 입던 나는 대화하기 전까지 무뚝뚝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 과대 선거에서 밝혔던 포부들이 실질적이라기 보단 뜬구름 잡는 소리와 투머치스런 발언이 많았다.
ex) 여러분들이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학과를 만들겠다 등 구체적이지 않고 엄근진 하기만 한 발언들
ⓒ 여자:남자 비율이 9:1인데 여학생들과 학기초에 전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남고에서 남정네들끼리 투닥거리며 땀흘리며 축구하면서 자라오다 극여초 학과에 진학하다 보니 학기 초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같은 동년배 친구들이라고 해도 혹시나 내 말들이 오해를 사진 않을지 등에 대하여...
언젠가 피드백 해야할 점들을 누군가에 비해서는 그나마 빠르게 복기한 편이 되었고, 이 복기 과정은 훗날 나를 퍼스널 브랜딩 하는 데에 있어서, 나를 SWOT분석함에 있어서 많은 거름이 되어 주었다.
"실패했기에 맹점을 더 잘 파악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는 어른들의 말.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8월 대외활동 - 대구 물축제 기획단 당시의 나
우리 학과의 경우, 매 학기마다 과대를 새로 선출하기에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신입생으로서의 1학년 1학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한 학기 동안 별 직책 없이 공부와 학과 생활을 하다 보니 재미는 있었지만 온 몸에 가시가 돋는 줄 알았다. 그래서 첫여름방학에는 대구 물축제에 운영진으로 지원하여 처음으로 행사 운영이라는 걸 해보게 되었다.
2. 실패 후 과대 선거 재도전, 그리고 당선
MT, 각종행사, 축제, 첫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과제들로 한 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알바와 대외활동으로 여름방학 역시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다시 2학기 개강, 잼민이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방학 이후 동기들을 본다는 건 설레고, 절로 웃음이 나오는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약간의 긴장감도 함께 찾아왔는데, 바로 우리 학과는 '학기마다' 과대(총대)를 다시 선출하기 때문. 지난 학기 총대 선거의 복기를 통해 나는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정의롭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과하지 않은 포부와 아직은 어색하지만 웃는 모습과 밝은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당선
한 번의 실패 이후 당선되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나진 않았고 적당히 기뻤던 것 같다.
누군가의 앞에 서서 실패 후 다시 그 사람들 앞에서 평가(?)를 받으며 내 포부를 얘기하고 나를 어필한다는 것.
생각보다 자존심과 자존감, 자신감 등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는 쉽지는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당시 내가 얻은 것은 과대라는 직책이 아니라 실패 후에 다시 재도전하는 역량이 아니었을까?
우리 학과의 경우 1학년은 과대와 부과대(이하 총대와 부총대) 총 두 명을 뽑아서 함께 협업을 진행하는데,
나와 어릴 때 부터 친구이자 같은 학과에 진학한 친구가 부총대를 맡아주어 더욱 듬직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과대를 도전하든, 훗날 총학생회장 자리를 도모하든 성패에 모든 의미를 두지 말고 도전에 실패하고 성공하는 그 모든 과정에 여러분들의 소중한 삶과 경험이 녹아든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만약 내가 이 때 살면서 처음으로 선거에서 떨어져 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너무 자만하게 살아오거나, 겸손함 없는 독불장군 성격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스스로 복기하거나 피드백하는 과정 없이 "난 늘 옳았고 내가 맞았어. 너희가 나를 이해 못 하는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글에서는 과대표가 하는 일에 대해 알아보고, 그 중 큰 프로젝트를 맡았던 건에 대해 회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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