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기획안 회고
그래서 과연 학부생 1학년 수준에서의 내 기획안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기획안의 목적, 기대효과 같은 것은 넣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어딘가 지원금이나 투자금을 따내기 위해 작성되는 문서가 아닌 단순 보고용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교수님들)을 고려하여 필요한 정보들 위주로 써 내려갔다.
가장 기본적인 행사 일시와 장소, 찾아오실 때 참고가 될만한 정보들을 기재하고 로드맵을 캡처하여 첨부했다.
지금 보니까 로드맵에 교수님들 쉽게 찾으시라고 빨간색 동그라미랑 화살표 그려놓은 게 참 귀엽다...
4. 장소는 어떻게 섭외?
연합 MT처럼 다 같이 버스를 타고 타지를 가는 것이 아닌 부산 근교인 송정에서 1박 2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버스의 대절 비용과 스케줄 등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럼 장소는 어떻게 알아보고 비교했을까?
어떻게 하긴 ㅋㅋ 닥치고 발품 팔아야지
당시 야놀자, 여기 어때 같은 어플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영수증 처리나 사전답사 등을 위해 어차피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송정에 무작정 가서 직접 발품을 팔았다. 약 6~8군데 정도 돌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정해진 예산(지원금)으로 좋은 조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고려요소는 아래와 같다.
1) 70명이라는 학생이 잘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가
(1) 이왕이면 남녀가 구분될 수 있도록
(2) 먼저 잘 사람 / 술에 취해 죽어버린 친구들이 잘 곳 / 뒤늦게 자는 친구들이 잘 곳 등으로 구분
2) 안전장치, 시설, 부대시설, 인근 병원 등이 확보되어 있는가
(1) 위급상황 시 차로 5~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병원(응급실 운영)이 있는가
(2) 소방시설, 탈출시설 등 19가지 안전기준(학교 기준)에 적합한가
3) 송정 바닷가와 도보 5분 내외 거리에 있는가
4) 근처 분위기가 험하지 않은가
5) 그 외 실내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 룸 등이 있는가 등등
위 조건에 해당하는 숙박업소를 기준으로, 타협할 수 있는 부분들은 타협해 가며 가장 조건이 괜찮은 곳들과 가격협상을 했다. 아무리 평일이고 비성수기 었다고는 하나 500,000원이라는 돈으로 세미나룸 + 작은방 4개 + 큰방 2개 + 스태프용 방 1개와 옥상 테이블 전체, 즉 숙박업소 2층을 통으로 빌린 나... 어쩌면 꽤 젠틀해요.
5. 프로그램 내용 - MT 아이디어, MT 프로그램, MT 레크리에이션

당시 작성했던 기획안 중 일부 발췌
참여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일정이다. 몇 시에 집합해서 어떻게 조를 나누는지부터 OX퀴즈, 짝피구 같은 게임부터 미션이 있는 게임, 저녁 시간, 화합시간, 교수님 방문시간, 시상식, 그리고 해산까지 MBTI로 치면 극단의 J가 되어 설계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행사 전 약 3~4차 정도의 회의를 거쳐 아이디어를 내고, 타협하고, 결정하여 필요한 물품 구비와 준비를 마쳤다. 만약 MT를 기획한다면 가장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Why? MT는 재밌어야 하니까...ㅠㅠ
위 사진에선 레크리에이션 1부, 2부 정도로 간략하게 기술했지만 언제까지나 '보고용'이기에 한눈에 보기 쉽게 작성했을 뿐 따로 첨부한 별첨 문서에 어떤 레크리에이션을 했는지 설명부터 방식, 평가기준까지 디테일하게 기술되어있다.
어떤 게임했는지 궁금하다고?ㅠ

줄 주워 온 거 아니고 '비품'으로 구매한 거예요 ^.^...

피구 결승전 - 중앙에 있는 심판이 블로그 주인장


이름을 언급할 순 없지만 보고 싶은 얼굴들이 참 많다.

병민 건호 꽤 귀여웠네...

그 외에도 너무 많지만 오늘은 여기ㄲr 지

촌스러운 민박집 벽지와 낡은 장판, 그냥 불판 몇 개와 웃는 학생들과 교수님 뿐이지만 저 노란 조명과 어두운 밤하늘이 흘러간 지난 청춘에 대한 많은 감정을 아우르고 있다.
6. MT 기획 회고를 마치며
6년이나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이 MT 기획을 하고 진행을 하기까지 있어 안전사고 없이 재밌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길잡이 역할을 해준 당시 학생회 선배들과 교수님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남포동, 남산동, 구서 등에서 날밤 까면서 서포팅 해준 당시 부총대와 스태프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든다. 중간에 피곤해서 내가 쪽잠을 잘 때, 놀러 온 타 학과 학생회 선배들에게 술 한잔 드리는 시간 등등 동안에 책임지고 안전사고 없이 자리가 진행될 수 있게 자리를 지켜준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학업을 병행하며 MT정도의 큰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은 소요가 많은 일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대규모의 장기 프로젝트에 비하면 별 거 아니겠지만, 이 경험은 앞으로 내가 동아리 회장으로서, 훈련소 조교로서, 학생회장으로서, 각종 대외활동에서 스태프로서 업무를 맡고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안목과 인사이트는 책과 이론만으로 체득되지 않으니까.
스무 살이 되고 학교 내에서 처음으로 기획과 진행이라는 것을 해보았던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좋은 교수님과 학생회 선배들, 그리고 내 옆에서 고단한 노력과 인내를 해준 부총대와 스태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인 동기 친구들 덕분일 것이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라는데, 군입대 때문에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스무 살을 함께 해준 소중한 사람들이라 언젠가 모두 다시 보고 싶다. 아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

부총 대이자 내 정신적 지주(싸이 일촌명ㅋㅋㅋ)였던 친구가 만든 명찰. 언제 봐도 잘 만들었다.

행복했어 부산외대 국제비서학과 동기들아 :)
제가 올려드린 기획안을 다운로드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글로!
2022.04.13 - [20대의 자화상/학생회장 회고] - 2.1 대학 과대표 후기(feat. MT 기획)-MT 기획안 양식 공유
'20대의 자화상 > 학생회장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대학 과대표 후기(feat. MT 기획)-MT 기획안 양식 공유 (25) | 2022.04.13 |
---|---|
1. 대학 과대표 후기 - 그정도로 힘들다고?(과대표 장점, 과대표 단점) (0) | 202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