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자화상/대학생활백서

[훈련소 준비물 & 신병교육대대 준비물] 조교가 알려주는 훈련소 A to Z 어떻게?

웅셀 푸코 2020. 6. 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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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 신병교육대대에서 조교로 전역한 제가 직접 훈련소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씀드리기 전, 훈련소 & 신병교육대대의 지휘관의 지휘 의도와
여러 가지 변수로 본 내용과 해당 부대의 사정이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미리 알려드립니다.

신병교육대 조교시절 사진(우측하단이 에디터 본인)

1. 입소 전 준비물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입대를 앞둔 분, 부모님, 여자 친구, 지인 등 다양하실 텐데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것을 챙겨야 하는지, 어떤 건 못 가져 가는지 등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저는 사실 부모님, 여자 친구, 친구 모두 동행해서 입소했지만 그냥 볼펜이랑 지갑 하나 챙겨가서
"이게 그렇게 궁금한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교를 하면서 만나본 훈련병들의 부모님들께서는 아드님을 걱정하시는 마음에
그런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어서 알려드립니다.

아 그리고 필요한 거 알려드리기 전에 꼭!!!!!!!!!! 해드리고 싶은 말.
제발 부대 앞에서 용달차 몰고 와서 어르신들이 입소 필수 물품이라고 물집 방지패드, 팔꿈치&무릎 보호대, 시계, 샴푸,
라이트 볼펜, 손목 아대, 같은 거 파는 거 제~~~~~~~~~~~~~~~~! 발 사지 마세요 제!@!#!@$!@$발@(#)@!#()!!!!
이렇게 말씀드렸으니 진심이 좀 전해졌을까요?
훈련소에서 여자 친구, 부모님이 사준 애들은 각개전투 때 무릎 보호대 쓰게 해 주고,
행군 때 물집 났다고 중간에 물집 방지패드 쓰게 해 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훈련받습니다.
그리고 거기 용달차에 실려있는 시계 같은 거 다 싸구려에 금방 고장 나고요.
요즘은 입소하면 주말에 PX 들려서 생활용품(샴푸, 바디워시 등) 다 사게 해 줍니다.
아니면 소포로 보내면 되니까 그 앞에서 사지 마세요.... 제발..ㅜㅜㅜ...
조교 및 소대장 시선에서 팔꿈치 보호대 같은 거 사 오는 훈련병 :
"다른 애들은 챙겨주는 사람 없어서 그런 거 안 사 온 줄 아냐? 너만 편하게?"
소중한 남자 친구, 아드님에게 선입견을 심어주지 맙시다.. 군대는 그래도 군대니 까요.
모두가 소중한 한 가정의 아들이지만 이해해주세요.

1) 우표, 편지지, 볼펜
- 입소를 하게 되면 첫날부터 온갖 설문조사와 OMR카드 등을 작성하기 때문에 볼펜은 훈련소에서 제공합니다.
하지만 볼펜이 불량인 경우, 혹시나 잃어버렸을 경우 조교의 눈치가 보여서 훈련병들이 말을 잘 안 해요. 잃어버렸다고.
그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분 볼펜을 챙겨가시면 좋고요.
(불빛이 나오는 라이트펜은 조교 및 소대장한테 찍히기 십상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 제발..ㅜㅜ
밤에 편지 쓰게 안 해줍니다. 벌 받아요)
- 우표를 챙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일주일에 1회~2회 까지는 군사 우편이라고 해서 우표 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지가 도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자주 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우표를 미리 챙겨가면
빠르게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겠죠.
(P.X 에서 구매 가능하게 해주는 부대도 있으나 훈련병의 인원이 많다 보니,
사전에 다 팔리고 구매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 값싼 전자 손목시계(방수)
-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되게 편리합니다.
조교들이 기본적으로 다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훈련 시간 엄수를 위해)
피치 못할 시에 훈련병들에게 "지금 몇 시인지 시계 있는 훈련병은 말해봅니다."라고 했을 때
알려주면 좋게 점수받는 경우도 있고, 상점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부대 따라 조교 따라 case by case)
또 훈련소에서는 샤워 시간, 개인정비(쉬는 시간) 등이 정해진 시간에 돌아가다 보니
시계가 있으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 샤워시간 15분인데 아무도 시계 없어서 늦게 복귀하면 벌점 받거나 샤워시간 줄어들어요.
비싼 거 필요 없고, 싸고 방수되는 튼튼한 것 사용하시면 됩니다.

3) 안경 쓰시는 분은 여분 안경
- 요즈음 훈련소에서 예전처럼 조교나 소대장이 구타하거나 손찌검 절~~~~~~~~~~~~~~대 안 합니다.
하지만 각개전투, 화생방 훈련 등을 하면서 안경을 분실하는 훈련병들이 되게 많아요.
정신없고, 뛰어다니고, 구르고 하다 보면 낯선 환경에서 정신 못 차리고 많이 떨어트리거든요.
그래서 여분 안경을 꼭 챙기셔서 훈련 에도,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게 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개인 상비약
- 대일 밴드, 연고 같은 거 가져와도 뭐라고 안 합니다. 챙겨 오세요. 물론 부대 내에 의무실도 잘되어있고
취침하는 생활관 내에도 밴드나 연고, 붕대 등은 상비되어 있지만 많은 인원이 사용하다 보면
급한 상황에 부족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추가적으로 개인이 앓고 있는 질병이 있어서 (아토피, 천식, 피부병, 알레르기 등등)
개인이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들고 오시면 됩니다.
들고 오셔서 입소 2일 차 ~ 3일 차에 2차 신체검사를 할 때 군의관님께 보여드리면
확인 후 먹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우울증 등의 정신-신경 계통 약품은 따로 행정실에서 보관 후 정해진 시간에 본인임을 확인 후
정량을 투여하는지 눈앞에서 확인하면서 먹게 해 줍니다.

5) 휴지
- 갑자기 휴지가 나와서 당황하셨을 텐데.. 말씀드려도 뭔가 이상해서? 이 것까지 챙겨야 해? 싶어서 안 챙기실 테지만..
입소하게 되면 두루마리 휴지를 인당 1개~3개 까지 보급을 합니다. 하지만 정해진 양을 주기 때문에
본인이 평소에 휴지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이 있거나 자주 뭔가를 닦다 보면
부족할 때가 많아요. 추가 보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분 두루마리 휴지를 2개 정도 챙겨가시면 아~주 유용합니다.
(물티슈 안됩니다 -.-)

6) 미백 목적이 아닌 생필품들
- 샴푸, 바디워시, 등등 들고 와도 됩니다.
px이용 전까지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이 비누, 면도기, 바디 타월 등이 다이기 때문에
미리 챙겨가시면 좀 더 평소처럼 샤워 가능하겠죠.
챙겨 가셔도 됩니다.

7) 카드에 3~5만 원 정도?
- 훈련소 생활 도 중 군 월급이 일부 지급되지만, 간혹 전산 오류나 여러 사정으로 안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아드님한테 카드 하나 쥐어주시고 그 계좌로 3~5만 원 정도 넣어두세요.
주말에 P.X 이용하면서 과자도 사 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생필품 사려면
그 정도 넣어주시면 5주~7주 훈련하면서 충분히 필요한 것 사고 바르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금은 입소하는 첫날에 다 반납합니다. 분실 및 도난 우려로.

8) 괜히 챙겼다가 욕먹을 수 있는 것들. txt
- 부대별로 허락해줄 수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안되거나, 가져왔을 때 욕먹을 수 있는 것들 알려드립니다.

- 라이트 볼펜
10시 취침이지만, 10시 반까지 조교들이 훈련병 취침 상태를 검사하고 매일마다 교대로 조교들이 밤새면서 순찰 돕니다.
절~~~~~~~~~~~~대 밤에 편지 못써요.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군대에서 괜히 하지 말라는 짓 해서 찍히지 마세요.
힘든 훈련 속에서 인정받고 이쁨 받아도 모자란데 괜히 들고 가서 나쁜 이미지 쌓지 마세요.

- 물티슈
되는 부대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냥 휴지 쓰세요.
대부분이 물티슈 변기에 버려서 막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못쓰게 합니다.
압수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필요한 상황(피부 질환 등)이 아니라면 가져가지 마세요.

- 책, 잡지
일부 저서의 경우 검사 후 허락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마찬가지로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대에서 모든 훈련병의 책 내용을 토씨 하나하나까지 검사하면서 불순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큰 인력 및 시간 낭비기에 처음부터 압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대 내에도 많은 책을 빌릴 수 있게 해 주니 자대까지 조금만 참으세요.
(조교님 조교님! 전공 책이나 자격증 책 들고 가서 공부하면...)
훈련소에서 그럴 시간에 자면서 체력 보충이나 하세요 그냥.

- Mp3, CD player
조기퇴소가 꿈이라면 들고 가세요.

- 양념장, 참치캔
얼굴에 양념장 범벅칠 당하고 싶으면 들고 와보세요 어디 한 번.

- 라이터, 담배
제가 근무하던 부대에서는 2019년부터는 훈련병들에게
저녁 먹고 올라오는 길에 1회. 훈련병들에게 흡연하게 해 줬습니다.
PX에서 담배 구매가 가능했고, 라이터는 어차피 모두 뺏은 뒤 흡연을 하는 조교들이
라이터를 빌려주는 식으로 진행되기에 라이터 가져가지 마세요~~ 제발요~~
p.s 조교님 조교님! 친구들 얘기 들어보니까 조교한테 아부 떨고 친해지면
불침번 때 몰래 담배 피우게 해 준다던데 진짜인가요?
- 얼굴에 주먹 꽃이 피게는 해줄 듯요.

- 휴대폰
"요즘 자대에서 휴대폰 사용하니까 들고 가도 되는 거 아냐?"
그건 자대고 여기는 훈련소라서 안됩니다.
입대하는 당일에는 부모님, 지인께서 들고 가시고
수료식 하는 날! 에 들고 와 주시면 됩니다. (긴 말 생략)
괜히 가져오지 마라고 말씀드렸는데 깜빡하고 훈련병이 들고 와서 반납하면서
쓴소리 들으면 괜히 군기 잡히고 무안해지니 꼭 다시 들고 가 주세요.
+2022.04.16 추가
요즘은 자대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휴대폰을 훈련소 입소할 때부터 들고 오라고 안내하는 부대도 있다고 하니 입소하시는 곳의 안내에 따라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나는 대로는 일단 다 적어봤는데.. 혹시나 생각나시는 준비물이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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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훈련 절차 & 인터넷 편지, 소포

"남자 친구이 이번에 xx신교대로 입대하는데 훈련 안 힘든가요?ㅜㅜ엉엉"
"우리 아들이 이번에 육군훈련소로 입대하는데 억 시로 굴리는 거 아닌가요?ㅜㅜ"
팩트 정리 해드림ㅋㅋ..
1) 어딜 가든 힘들다
- 부모님, 여자 친구, 지인들 다 사회에 두고 나만 격리되어 모르는 사람들과 단체생활을 하고
여가는 즐기지도 못하는데, 훈련이 힘들고 말고는 입대하는 당사자한테는 큰 의미 없습니다.
어딜 가나 힘들어요.

2) 여기나 저기나 큰 차이 없다.
- 훈련소 & 신교대의 경우에는 뭐 후방이라고 캠프 같고, 전방이라고 진짜 전쟁 같고
그런 것 없습니다. 정해진 신병 교육 지침에 따라 진행하고
훈련 순서나, 방식에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은 다 똑같습니다.
전방이라 위험한 훈련, 후방이라 편안한 훈련
군대에서 그런 거 잘 없습니다 특히 훈련소는.

3) 라식, 라섹, 아토피 다 화생방 한다.
- 강제로 시킨다는 말이 아니고,
화생방 훈련에서 사용하는 CS 캡슐(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캡슐)은
실제 위력의 1/100도 안됩니다.
애초에 훈련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합니다.
단지 캡슐 입자의 모양이 갈고리 모양이라서 피부, 기관지에 달라붙어 가만히 있으면 괜찮다가
긁으면 따갑고, 재채기가 나오는 것이에요.
라식, 라섹한 지 1~2주 정도밖에 안된 게 아니라면 해도 됩니다.
대부분의 훈련병들이 오히려 화생방 훈련을 다 같이 하고 나온 뒤에
뿌듯함도 느끼고 아 이게 군인인가? ㅋㅋ 하면서 복귀합니다.
좋은 추억이에요. 동기랑 힘든 훈련을 같이 극복한다는 것은.

4) 우리 아들 자대 배치는 어디로 가능교!! 훈련은 안 힘듭니까!!
- 조교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조교님 우리 아들 부산에 남게 해 주면 안 됩니까?"
"조교님 제 남자 친구가 서울로 자대 배치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xx사단에 남게 되면 어떤 어떤 훈련합니까?"

조교 : "저는.. 여기 훈련소 나와서... 여기서 수료해서.. 조교 공부해서 시험 합격하고 여기서 조교 하는데.. 다른 부대 상황을 제가 어떻게 압니....ㄲ....ㅏ....."

물론 통계라는 게 존재하고 나도 전역하기까지 봐왔던 사례들이 있다 보니 대~충 몇 퍼센트가 어디로 가고 몇 퍼센트가 여기 남는다 까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아드님, 남자 친구가 어디로 갈지는
아~~ 무도 모릅니다.
전공, 자격증에 따라서 특기가 부여되는 경우도 있고!
아드님께서 면접을 보는 보직 (헌병, 수색, 특전, 조교, 기동 등등)에 지원을 해서
붙으실 수도 있는 거고!!!
보통은 수료식 하는 날 아침에 '랜덤'으로 프로그램을 돌려서 정해진답니다. (부대 바이 부대임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발)

5) 소포 보내는 법
- 입소할 때 못 가져오는 건 소포로도 보내지 마세요..^^...;;;
- 아드님께서 입소하시는 날 받으셨던 안내문에 주소가 적혀 있을 거예요.
없다면 아드님께서 손편지 보내시면 그 주소 확인하셔도 되고요.
The Camp라는 어플을 설치하셔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Ex) 해운대구 가락국수 사서함 xxx-xx호 xxxx부대 xx교육대대 n중대 p소대 108번 훈련병 홍길동
이런 식으로 주소가 정해 지구요
이왕이면 어플, 부대에서 알려주는 주소 그대로 써주세요.
위에 기술해 듯이 xxx부대, 대대, 중대, 소대, n번 훈련병까지 놓치지 말고 써주세요
중대, 소대, 교번 개념이 헷갈리실 수 있어요.
학교로 치면 중대는 건물 번호, 소대는 반, 교번은 학번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인문학 건물(중대), 2반(소대), 36번(교번) 훈련병 홍길동(이름)
만약 아드님께서 2중대 5소대 108번 김민수 훈련병이라고 나와있으면
그대로 쓰시면 됩니다.

참고로 소포를 보내시면 바로 부대로 가는 게 아니라
상급 부대 내에 있는 우체국을 거쳐 - 정해진 요일, 시간에 한 번에 배송 - 아드님 계신 부대 도착 - 행정, 보급병 등이 소대로 가져오면 - 조교들이 소대별로 구분 - 개인정비(저녁) 시간에 배부

하는 순서이니, "보냈는데 왜 아직도 아들이 못 받았다고 하죠!"
"남자 친구한테 편지 보냈는데 아직 안 왔다는데 어디로 샌 거죠?"
이런 질문 하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은 한 명이지만, 저희 조교들은
답답해서 하신 그 한 말씀에 1시간이라도 쉴 수 있는 거
편지 다시 다 뒤져서 확인하고 훈련병 불러서 받았냐고 확인하고
하나도 못 쉬게 됩니다..

6) 인터넷 편지 보내는 법
입소한 첫날부터 바로 편지 못쓰고요 보통 2,3일 길게는 5일 이상 지나야지 보낼 수 있습니다.

(1) 휴대폰으로 'The Camp(더캠프)'라는 어플 설치 후
(2) 관심 훈련병 등록
(3) 생년월일, 입소 날짜, 입소 부대 등등 등록
(4) 어플 하단 '카페' 누르시고 해당 신교대 or 훈련소 배너 클릭
(5) 훈련병 사진 관람(보통 일주일에 한 번 올라옴), 편지 작성 가능

이런 순서인데, 어려워 보여도 한 번 해보시면 아드님, 남자 친구 사진도 쉽게 볼 수 있고
편지도 작성할 수 있으니 직접! 해보시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제발 장난친다고 야한 사진이나, 심한 욕설, 조교를 깔보는 말 등등 쓰지 마세요
야한 사진이나, 욕설은 검열당하면 편지 자체가 삭제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훈련병에게 조교 앞에서 읽게는 해주고 편지는 도로 가져가서 갈아버립니다.

한 번은 훈련병의 친구가 인터넷 편지로
"야 ㅋㅋ조교 그 X 끼들 수료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 X발 피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낙서도 하고
수료할 때 욕도 하고 그래. 다 X밥이야. 알지? 한대 패 버려~"
온 적이 있었는데. 저는 검열 후에 갈아버리지 않고 훈련병한테 그대로 줬습니다.
"어~ 68번 훈련병 니 편지 왔는데? 김 XX가 친구냐 아니면 친형이냐?"
"어.. 대학 동기입니다."
"친구 좀 가려서 사귀지? ㅋㅋ 끼리끼리 만난다는데 네 친구가 뭐라 했는지 네 입으로 읽어봐 여기서"
"야.. 조교.. 그.. 수료하고 나면.. 아 죄송합니다 못 읽겠습니다."
"갈아버려도 되지?"
"예..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걸 소대장실에서 주무시던 저희 소대장님께서 들으시는 바람에 대로하시더니
갑자기 나오셔서 "네 친구 어디서 뭐하는 놈인지 말해"
하니까 모 서에서 의경 복무 중이라더라고요
어디 전산 시스템 들어가시더니 해당 서로 전화해서 관등성명 밝히시고 상황을 말하시더니
그 의경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혹시 이 글 읽으시면 댓글 주세요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라도 드릴게요.

근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지?
아무튼 편지는 이쁜 말만 씁시다.

그리고 편지를 뽑아오는 건 쉬는 시간에 조교들이 합니다. (행정병이 하는 곳도 있음)
저희 2시간도 안 되는 쉬는 시간에 몇천 장 뽑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릴 때도 있어요.
그래서 조교들이 전부 투입되는 사격, 행군, 야외 숙영 등이 있는 날이면
뽑아주고 싶어도 못 뽑아줘요.
밤늦게까지 훈련하는 데다가, 쉬는 조교도 한 명도 없으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죠?
다음 날에 한 번에 뽑아주니까, 어디로 안 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미출력 편지, 뽑았던 편지 다 구분돼서 놓치는 일 잘 없습니다.

제발 더 캠프 어플에
"우리 아들 편지 못 받았다는데 확인해주세요."
"제 남자 친구가 134번째 편지 안온 것 같다는데 왜 안 뽑아주세요?."
이런 거 쓰시는 순간
대대장님 : "야 2중대는 씨.. 편지도 똑바로 안 뽑냐? 부모님들이 얼마나 걱정하시겠냐고"
행보관님 : "예.. 죄송합니다 신경 쓰겠습니다."
소대장 : "막사네 모든 조교 행정실로"
조교(분대장) : "죄송합니다.. 분명히 다 뽑았는데 다시 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조교들에게도 행복을 주세요.. 아니면 진짜 편지가 안 갔을 수도 있으니
둥글게 둥글게 말씀해주세요. ^________^ 이케

 

3. 훈련소 생활 잘하는 법

신병교육대대 조교시절 사진(뒷쪽 중앙이 에디터 본인)

 

 

1) 다가가는 것과 깔보는 것은 다르다.
- 사회성 좋고, 붙임성 좋다. 낯 안 가린다 등등의 말 들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되는데요.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조교라도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훈련병을 대할 때,
"그래도 밖에서 만났다면 좋은 형 동생, 혹은 친구였을 텐데.."
"내 친구, 동생들도 다 입대할 텐데 잘해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편의를 많이 봐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가 정해놓은 선을 넘으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는데요.
조교랑 좀 친해진 것 같다고
"조교님 솔직히 저희보다 어리시죠! 말해주세요"
"저 담배가 너무 피고 싶은데 한 번만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내일 훈련 일정 설명 중인데) 볼펜 딸깍 딸 각.. 하품하면서 책 손가락으로 돌리기 등'
'앞에서 뻔히 지켜보고 있는데 동기한테 욕설, 폭언' 등등
선을 넘어버리면 저는 정색하면서 확실하게 뭐라 하고, 상황에 따라 상부에 보고, 징계까지 내리는 편이었습니다.
소신 있게 할 말은 하고 요구하되, 선을 잘 지키면 좋은 훈련소 생활을 할 것입니다.

2) 아픈 곳은 미리미리 보고, 진료도 마찬가지
보통 훈련이 끝나고 저녁 식사 전에 조교가 훈련병들을 모아놓고 물어봅니다.
오늘 훈련을 하면서 다쳤거나, 몸이 안 좋아서 의무실 진료를 희망하는 사람은 진료 카드 작성해서 제출하세요.
근데 꼭~~~~~~~~~이 시간에 얘기 안 했다가 갑자기 취침 시간 5분 전에 와서
"분대장님.. 저 몸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혹은, 훈련 출발 3분 전에
"분대장님 혹시 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의무실 진료...."
같은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요.
반복적이지만 교욱 재료 준비, 훈련 시범 준비 등으로 한 명 한 명이 모자라서 스트레스받는 조교에게
정해진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요구를 하면 상당히 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기 쉽습니다.
처음에야 조교들도 "그래 갑자기 아프다는데 어쩌겠냐.."라고 하지만
결국 의무실은 정해진 시간에 열리고
병원 진료를 보려면 사전에 접수를 해야 되고, 정해진 매뉴얼(열 38.5도 이상, 어느 정도의 부상 등)에 따라서
응급실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습니다. 교육에도 차질이 생기고요.
그래서 아픈 곳이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제발 미리미리! 보고하면
친절하게 의무실로 안내해 줄 것입니다.
외진 곳에 와서 혼자 있는데 아픈데 눈치까지 보이면 진짜 서럽습니다.. 미리미리 말하세요.

3) 겉으로는 충성을, 속으로는 편하게
- 군기가 잡혀있는 모습은 충분히 충성스러워 보이고,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조교의 입장에서도, 간부들의 입장에서도 좋은 점수도 받고 편한 군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너무 얼어있는 마음가짐은 오히려 안 좋은 훈련 결과를 낳거나, 동기들 사이에서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군대 내에서는 외강내유가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조교, 소대장님, 중대장님, 행보관님, 대대장님 등등.. 많은 계급이 모두 여러분보다 위에 있는 분들이지만
겉으로는 깍듯하고 충성을 다해서 경례하고! 제식 하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하면 됩니다.
다만 속으로는 "그래도 밖에 나가면 다 좋은 형, 삼촌,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이겠지.."라는 마인드로
군생활을 하세요.

가식을 떨고, 위선을 부려라는 말이 아니라
"속으로는 동네 형처럼 편하게 상급자를 진심으로 대하되,
겉으로는 최대한 충성을 다해서, 눈에 힘주고, 경례를 하든 대답을 하든 군인답게, 씩씩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적게 받으면서,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4. 나라를 지키러 입대하는 여러분에게.

평소에 그렇게 모질게 말씀하시던 부모님들도 기다리시고, 여자 친구도 두고 가야 하고,
내 아까운 20대의 청춘을 2년이나 날려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하고, 억울하고, 답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기 제대를 한 모든 예비역 병장들도 그 시기를 거쳐왔겠죠.
음, 사실 어떤 말을 해도 여러분에게 큰 위로가 안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입소하는 날 부모님께서 흘리시는 눈물은 너무나도 마음 아프고,
입대 소식을 여자 친구에게 알리는 것은 사형선고와도 같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죠.
많이 힘들고, 막막하고, 두렵겠지만 군생활 도중 가슴이 먹먹할 때 먼 하늘을 자주 보세요.
구름이랑 새밖에 없는 하늘이 조금은 마음을 환기시켜 줄 거예요.
여러분의 자존감이 낮든 높든, 여러분들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이 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기억나나요? 당시에는 시간이 너무 안 갔던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아팠던 기억도 추억으로 미화되고, '중학교'라는 꿈을, '고등학교'라는 꿈을 꾼 것 같지 않나요?
군대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 것 같다가도, 전역하고 나면 드는 생각은
"와!!!!!!!! 너무 행복하다"가 아니라, 그냥 군대라는 긴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 같아요.

군대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인간관계, 리더십, 단체생활입니다.
속된 말로 힘들고 x 같은 군생활 속에서도,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때로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좋은 후임으로,
때로는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좋은 선임으로
군생활을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치지 마시고, 만약 부조리가 아직 존재하는 병영 문화에 속해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알리고, 없애려고 노력해주세요.
언젠가 당신의 후배, 아들들이 갈 군대니 까요.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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